아침부터 비가 많이 온다.
비가 와서 그런지 곤히 자고 있는 민준이를 놔 두고 출근하자니 발이 잘 떨어지지 않더구나.
어제밤에는 민혁이는 엄마와, 민준이는 아빠와 같이 잤는데...
평소에는 밤에 잠을 잘 자던 민준이가 어제밤에는 나쁜 꿈이라도 꿨는지 새벽에 깨서 울더구나.
아빠는 민준이가 우는 것을 보면 민혁이가 울 때보다 가슴이 더 아프다.
민혁이는 민준이에 비해 웃음이 많고
울 때도 그냥 칭얼거리는 것 같을 때가 많은데...
민준이는 최근까지 거의 웃을 줄 몰랐고
태어나면서부터 민혁이에 비해 어딘가 불편하고 무엇엔가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았다.
태어난 지 한달도 채 안되었을 때의 민준이 얼굴인데 최근까지도 늘 이런 표정이었다.

그래서 그런지 민준이가 울 때는 무척 힘들어 하면서도 슬프게 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.
그리고 그러한 것이 태중에 있을 때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것이 큰 원인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.
그런 불안한 정서를 떨쳐낼 수 있도록 앞으로라도 너희들이 즐겁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쉽지 않구나. 그래도 너희들을 볼 때마다 잠깐이나마 괴로운 일들을 잊을 수 있게 되니 지난 환경보다는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. 아빠가 너희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희들이 아빠를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구나.
고맙다.
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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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른 아침 사무실에 와서 비가 억수로 퍼붓는 창밖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 삶에 대한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.
이는 우중충한 날씨 영향 탓도 있겠지만, 요즘 아빠의 마음이나 이 사회의 분위기가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미궁이고 미래가 암담하기 때문일거다.
너희들도 커 가면서 느끼게 되겠지만...
살아가다 보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옳고 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일보다 나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억울한 일들이 더 많다.
그리고 최근에는 옳다고 생각한 가치와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겼던 상징들이 크게 가깝게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어 슬프고 절망스럽기도 하다.
그 중 최근의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아빠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.
그 분처럼 정의롭고 순수하고 인간적이고, 그리고 그 분이 추구했던 가치가 아빠가 생각했던 가치와 일치했던 사람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내 주위에서 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었단다.
그런데 그 분만큼 내 편이건 상대 편이건 가리지 않고 욕을 먹고 조롱받으며 처참할 정도로 내팽겨쳐진 사람도 없단다.
비할 바가 못되고 경우는 다르겠지만...
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었던 가치가 버림 받고, 그 분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던 모든 상황에 대한 정서가...
아빠가 현재 괴로워하고 있는 상황과 동일시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.
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빠가 막연하게나마 바라왔던 가치와,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순수했다고 나름대로 자부했던 진정성이... 살아왔던 과정과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한 순간에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.
이에 대한 원인과 과정은 이제는 뭐라 설명하기도 변명하기도 참으로 힘들고 어렵게 되어 버렸단다.
과거의 아픈 편린들을 잊고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, 살아가다 보면 주변에서 종종 가슴 저 깊은 속을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게 할 때가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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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는 곳곳에 흩어져 잠재해 있다는 것은 분명할거야.
비록 그 불씨를 모아 원하는 횃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...
그 흩어져 있는 작은 불씨라도 소중히 여기며 조금이라도 큰 불씨로 어우러질 수 있게 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니?
마냥 절망만 하고 있는 것은, 산다는 의미가 없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겠지.
너희들이나 아빠나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 가느냐가 얼마나 더 즐겁게 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건이 될거야. 너희들은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들로 살아갔으면 좋겠다.
언젠가 엄마가 한 말처럼, 너희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려면 엄마, 아빠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겠지.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께.
살아가는 동안 우리 끝까지 노력하자.
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세우고 그 가치가 버림받고 실현 불가능 할지라도 죽기 전까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가치를 지향하면서 살도록 하자.
그러면서도 즐겁고 유쾌함을 잊지 말도록 하자.
민준아... 뭔가 겁내하는 듯한 이런 표정보다는 웃어라... 웃어라... ^_^
웃으면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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